자식이라는 존재의 무게

Stray Thoughts 2009/07/13 13:50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온전히 나와 아내의 선택이었고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가지는 무게에는 무척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낀다.

결혼을 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진 않았다. 친구로 시작해서 오랜 교제기간을 거치고 결혼했기 때문에 사실 결혼이란 그런 동반자의 관계를 공식화하는 것 정도의 느낌이었을 뿐. 단지 법적으로 배우자의 지위를 보장받고 친지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기에 그것이 주는 무게의 차이가 결혼 전 교제할 때보다 조금 더 무겁게 와 닿았지만 본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게 여겨졌다. 사귈 때에도 여전히 서로에게 충실했고 서로의 동반자이고 가장 큰 버팀목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정말 막연히 상상하고 기대하고 있던 무게의 예상치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남자로 태어난 덕에 그저 옆에서 아홉 달의 임신기간 동인 아내의 몸이 바뀌어 가는 것을 지켜보기는 하였지만 사실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조금씩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걸 보면서 나의 2세가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

나나 아내의 도움 없이는 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쟁이를 보면서 한 생명 한 인간이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무게감을 느끼면서 정말 세상을 보는 관점이 가치관이 함께 변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 느낌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느낌이리라.

아이가 좀 더 크면서 말을 배우고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 배우는 것을 보면서 그냥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으로 한 인간을 키우는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 또 한번의 충격과 무게가 더해졌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주춧돌을 내가 제대로 깔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면 그 무게감은 정말 엄청난 압박이 된다.

그 무게감은 모든 것이 신경 쓰이고 아이가 없을 때 하지 않아도 되었을 그 많은 염려와 걱정들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인 내가 이 정도의 무게를 느끼는데 어머니인 아내가 느끼는 무게와 일상의 고단함은 또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커가면 이제 저렇게 무겁게 느낀 의무감으로 인해 이것저것 아이를 구속하고 보호하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나의 분신 같던 아이가 하나의 개인으로서 내 품을 떠나야 할 때 오는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느냐?'라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아니오' 이다.

자식이라는 존재가 준 그 형언할 수 없는 무게가 오로지 무거운 짐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얻은 것들, 달라진 가치관, 세상을 보는 눈, 어느 하나 후회스럽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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