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상한 상태에선 논리는 무용지물일 뿐

Stray Thoughts 2010. 10. 27. 15:36

어느 국회의원의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환자를 마루타 취급한다."라는 발언에 한 커뮤니티에서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의 입장에서 감정이 격해진 얘기들까지 오고갔지만 결국 이성적인 토론이 이루어지기엔 이미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였였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엔 다분히 인기영합적일 수 밖에 없는 정치인의 선정적 발언에 의료인들과 환자입장의 일반일들 사이에 감정의 골만 넓힌 꼴인 된 것 같다. 

 

수련병원에서 수련의/전공의가 환자 진료에 참관하는 것. 어찌보면 의사들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죠. 수련병원이니까. 그리고 그런 수련기관을 선택한 건 환자들이니까. 또 수련병원에서 임상경험을 많이 못 쌓으면 당연히 의사의 전문성이나 추후에 진료의 질이 떨어질테니까요. 

이런 당연한 일이 정치인-좋던 싫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야하는-이 환자를 마루타 취급한다는 선정적인 발언을 했으니까요. 

덕분에 환자들이 원하는 것, 바로 Informed Decision은 그냥 묻혀버렸죠. 지극히 합리적인 요구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벌서 감정이 상했으니까 말이죠.

 반면에 환자는 전공의들이 저렇게 나오는 게 이해가 안되죠. 본인이 필요해서 개인병원이 아닌 수련병원을 택했다는 사실은 망각하죠. 그게 3차의료기관 수준에서의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의료서비스가 필요해서이든 아니면 본인 판단에 수련병원들이 더 정확한 진단을 하고 보다 나은 치료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에서든.

 본인이 수련병원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자기가 환자인 동시에 수련의들의 수련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몰라서든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 않아서든 잊어버리고 의료서비스의 소비자로서 대우 받기를 원하는 거죠. 수련병원에서 수련기능에 제한을 받으면 장기적으론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할 필요도 없지요. 당장 나의 일이 아니니.

거기다 평소 의사들의 고압적 태도에서 느꼈던 실망들이 사안과 무관하게 대입도 되구요.

어쩌면 해결책은 의외로 쉬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에게 수련병원이 어떤 곳이고 어떤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걸 명확히 하면되죠. 진료 교수를 정하기도 전에 아예 수련병원을 이용하려면 본인이 수련의들의 수련과정에 이용될 수도 있다고 알리고 동의를 하게 절차를 넣어버리면 되지않을까요. 이걸 담당주치의들이 일일이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외래든 입원이든 초진 접수시에 사인하도록 해버리면 간단할 수도 있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동의하기 싫은 환자는 수련병원이 아닌 병원으로 돌아가게 될 거구요.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제기를 한 정치인부터 감정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말로 시작해서 의사들을 자극했고 거기에 의사들이 반발을 하니 여태 뭔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환자들은 거기에 하나 둘씩 감정적인 말들을 뱉아내고.

결국 환자들이 원하고 의사들도 그다지 많이 잃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절차적 동의을 구하는 행위(의사 개인이 일일이 나설 필요도 없는)에 너무 감정적 대응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대중적 인기에 영합할 수 밖에 없는 정치인의 언사에 의료인이나 비의료인 모두 휘말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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