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형

Stray Thoughts 2009. 7. 13. 11:51
아주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시가 있다.
함석헌 선생의 '그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인데 철들고 나서 이 시의 물음에 '예'라고 답하게 해 줄 친구가 평생에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생각했고 혹시라도 그런 친구 중에 이성이 있다면 내 배우자가 되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동향지인으로 연을 맺은 지인이 어느새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있었고, 좀 더 지나니 그 친구가 연인이 되어있었고, 지금은 그 연인이 내 아이들의 엄마이자 나와 이 풍진 세상에서 험한 인생길을 같이 걸어가는 동지가 되었군.

그래 '난 나의 이상형과 결혼했다.'

만약 내 아내도 같은 물음에 나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있다면 삼십여년의 세월을 헛되게 살진 않았다고 위안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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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만한 사람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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