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31 딸의 영어교재를 고쳐주다. (Firefighter vs. Fireman) (1)
  2. 2009.07.15 Strong Fathers, Strong Daughters.
  3. 2009.07.13 자식이라는 존재의 무게

딸의 영어교재를 고쳐주다. (Firefighter vs. Fireman)

Stray Thoughts 2009. 7. 31. 11:02
다섯살짜리 큰 녀석은 유치원 보내는 것 외에는 뭐 특별히 가르치는 것이 없다. 세살 무렵에 어느 순간 제 스스로 한글을 깨친 덕에 그냥 이것 저것 다양한 책들은 사주려고 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좀 읽어주려 노력하지만 그래봐야 직장 다니는 아빠 입장에서 딸에게 온전히 써줄 수 있는 시간은 고만고만하다.

영어는 영어유치원이 아닌데도 유치원에서도 정기적으로 영어시간이 있고 그 시간 동안은 원어민 강사와 대화를 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큰 녀석이 자연스레 영어로 된 책들을 보면 관심을 가지고 읽고 싶어하는 것 같아 작년부터 1주일 한 번 방문학습을 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해주었다. 가만 보니 거의 자습이라고 해야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재와 테잎을 본인이 1주일 동안 듣고 보면서 익히면 선생님은 그냥 1주일에 한 번 집에 들러 한 시간 내외로 공부한 정도를 확인해주고 점검하는 정도인 것 같다.

한 달 전쯤에 아내가 큰 녀석 영어프로그램 진도가 많이 나가서 교재가 좀 어려워졌으니 날 더러 가끔 좀 읽어 주라고 한다. 여전히 재미는 있어 하는데 단계가 올라가면서 비디오 테잎도 없어지고 문장도 길어지고 하니 조금씩 어려워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넌지시 압력을 준다.

내가 봤을 땐 딸애가 버거워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요즘 하도 내가 두서 없이 사니 정신 좀 차리고 애들한테도 좀 더 관심을 보이라고 압력을 넣은 것 같다. 사실 저녁에 회의가 없는 날은 딸애가 자기전에 집에 들어가 책이나 영어교재 한 권씩은 꼭 읽어주고 재웠는데 요즘 이걸 빼먹은 날이 꽤 많았다.

아무튼 새 단계의 교재가 도착했기에 딸애를 재우기 전에 새 교재를 읽어 주는데 여러 직업들이 나오는 부분에 경찰관을 Police Officer라고 표현해 놓았다. 문득 나 어릴적엔 어김없이 Policeman으로 적혀있고 그리 배웠는데 십수년 전부터 조금씩 Police Officer라고 성(性)중립적인 표현들로 바꿔가자는 얘기가 나오더니 이제는 어느정도 정착이 되어 그런 변화된 표현들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단계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Police Officer만 있었다면 저런 생각 자체도 하지않고 그냥 읽어주고 넘어 갔을텐데 그 다음에 연이어 나오는 Fireman이 눈에 들어오고 저 두 단어들이 비교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도 다 온 건 아니구나 갈 길이 좀 더 남았고 여전히 내 딸들은 조금은 힘들게 길 주변으로 난 풀숲을 헤치고 걸어야겠구나 싶었다. 그나마 그 길이 내 어머니나 아내가 걸었던 길 만큼은 힘든 길이 아닐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잛은 순간 이런 감상이 지나쳐가고 책을 다 읽어 준 후에 딸애에게 연필을 가져오라고 해서 Fireman이란 단어에 두 줄을 긋고 아래에 Firefighter라고 고쳐 써주었다.

아마 1주일마다 오시는 선생님은 나중에 그걸 보고 참 성격 까칠하고 오지랖 넓은 부모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보통 언어는 시대와 의식이 반영된 산물이라고 말하지만 반대로 언어 또한 의식과 시대에 영향을 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말을 하고 글을 쓸 때 주의하려고 한다.

Abrahadabra(Abracadabra)! I will create as I speak! - 말한대로 이루어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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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Fathers, Strong Daughters.

Desultory Reading 2009. 7. 15. 17:54
저자는 Meg Meeker (M.D.). 굳이 M.D.라고 밝힐 것 까지야...


미국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읽을만한 책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출장 마지막날 호텔 근처 Borders에 들러 이것 저것 둘러보다 거의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다.

두 딸의 아버지이다 보니 제목만 보고도 호기심이 생겼고 페이퍼백인데다 250여 쪽 남짓되는 분량이어서 비행기에서 대충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긴 미국에서 돌아오는 비행편이 대략 14시간 정도이니 다 못 읽는 게 오히려 이상하긴 하다.

책의 대략적인 톤은 상당히 전통적인 성역할과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권위와 역할을 강조한다. 저자가 여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인 교육관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전통적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저자가 개원의로서 만난 여러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담하면서 겪은 여러 실재 사례들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정신과나 아동상담 등의 전공이 아닌 General Practitioner라는 사실이다. 우리로 치면 가정의학과 개원의 정도이니 이 점은 참고로 하고 읽어야 한다. 즉 의사임에도 저자가 책의 내용과 관련된 쪽의 전문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 상당히 기독교적인 가치관 아래에서 쓰여졌다는 것이다. 저자 또한 굳이 이 점을 감추려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성역할과 기독교적인 세계관에 크게 동조하지 않는 입장에 있는 내가 책을 읽는 동안 큰 거부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은 진보적인 교육관에 가까운 생각을 가진 내게 좋은 균형추(Counter Balance)가 되었준 책이었다고 본다.

진지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자신이 너무 진보적인 교육관을 가진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쯤은 읽어보고 균형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긴하다.

아래는 이 책의 아마존 링크. 독자들의 평점 자체는 꽤 괜찮다.
http://www.amazon.com/Strong-Fathers-Daughters-Secrets-Father/dp/0345499395/ref=sr_1_1?ie=UTF8&s=books&qid=1247645764&sr=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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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 독서, 리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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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라는 존재의 무게

Stray Thoughts 2009. 7. 13. 13:50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온전히 나와 아내의 선택이었고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가지는 무게에는 무척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낀다.

결혼을 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을 느끼진 않았다. 친구로 시작해서 오랜 교제기간을 거치고 결혼했기 때문에 사실 결혼이란 그런 동반자의 관계를 공식화하는 것 정도의 느낌이었을 뿐. 단지 법적으로 배우자의 지위를 보장받고 친지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기에 그것이 주는 무게의 차이가 결혼 전 교제할 때보다 조금 더 무겁게 와 닿았지만 본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게 여겨졌다. 사귈 때에도 여전히 서로에게 충실했고 서로의 동반자이고 가장 큰 버팀목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정말 막연히 상상하고 기대하고 있던 무게의 예상치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남자로 태어난 덕에 그저 옆에서 아홉 달의 임신기간 동인 아내의 몸이 바뀌어 가는 것을 지켜보기는 하였지만 사실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에 대한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조금씩 사람의 모습을 갖추어 가는 걸 보면서 나의 2세가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었다.

나나 아내의 도움 없이는 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갓난쟁이를 보면서 한 생명 한 인간이 온전히 나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무게감을 느끼면서 정말 세상을 보는 관점이 가치관이 함께 변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 느낌은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느낌이리라.

아이가 좀 더 크면서 말을 배우고 내가 하는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 배우는 것을 보면서 그냥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으로 한 인간을 키우는 것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 또 한번의 충격과 무게가 더해졌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주춧돌을 내가 제대로 깔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면 그 무게감은 정말 엄청난 압박이 된다.

그 무게감은 모든 것이 신경 쓰이고 아이가 없을 때 하지 않아도 되었을 그 많은 염려와 걱정들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인 내가 이 정도의 무게를 느끼는데 어머니인 아내가 느끼는 무게와 일상의 고단함은 또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커가면 이제 저렇게 무겁게 느낀 의무감으로 인해 이것저것 아이를 구속하고 보호하던 나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나의 분신 같던 아이가 하나의 개인으로서 내 품을 떠나야 할 때 오는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하느냐?'라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아니오' 이다.

자식이라는 존재가 준 그 형언할 수 없는 무게가 오로지 무거운 짐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얻은 것들, 달라진 가치관, 세상을 보는 눈, 어느 하나 후회스럽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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